2024. 12. 4. 22:52ㆍ즐거운 이슈
옥스퍼드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 : '뇌 썩음(brain rot)'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은 2024년 12월 2일, 2024년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습니다. 이 단어는 과도한 온라인 콘텐츠 소비로 인해 지적 능력이 저하되거나 무의미한 정보에 압도당하는 현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가 점점 더 우리 삶을 지배하는 가운데, '뇌 썩음'은 단순히 유행어를 넘어 현대인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투영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뇌 썩음'의 의미, 선정 배경,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살펴봅니다.
2024년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 '뇌 썩음(brain rot)'
올해의 단어(The word of the year)
한 해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퍼져서 그 해를 상징할 만하다고 볼 수 있는 단어나 문구를 선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각국의 여러 단체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그 종류와 단어도 매우 다양합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37,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한 2주간의 공개 대중 투표 결과와 언어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논의, 그리고 언어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4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 2023년 올해의 단어
- 2023년 : 카리스마에서 파생돼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라는 뜻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한 '리즈'(rizz)
- 2022년 :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는 뻔뻔한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 '고블린 모드'(Goblin mode)
- 2021년 :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미하는 '백스'(vax)
'뇌 썩음 (brain rot)' 의 뜻? 유래는?
'뇌 썩음 (brain rot)' :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의 과다 소비로 인한 정신적, 지적 상태 저하
'뇌 썩음 (brain rot)'은 사람의 정신적 또는 지적 상태가 퇴보된다는 것으로, 사소하거나 가치가 없는 자료를 과도하게 소비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단어 뜻 그대로,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무의미한 행동이 뇌를 망친다는 점을 경고하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뇌 썩음'을 무의미하거나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의 과다 소비로 인해 개인의 정신적, 지적 상태가 저하되는 현상으로 정의하며 2024년에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월든>에 등장
이 용어는 1854년 발간된 미국의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소로는 이 책에서 "영국은 썩은 감자(potato rot)를 해결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왜 ‘뇌 썩음(brain rot)’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없느냐"고 적었는데요. 이를 통해 사회가 '단순한 아이디어'를 선호하면서, 복잡한 아이디어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낮추는 경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신적, 지적 노력의 전반적인 쇠퇴라고 보았습니다.
'뇌 썩음 (brain rot)'이 담고 있는 의미
이 용어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사용 빈도가 230%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특히 TikTok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 단어가, 이제 주류 저널리즘에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온라인 상에 정신적, 지적 상태를 퇴보시키는 '무의미하고 자극적인'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고,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겠죠.
특이한 것은 오히려 그러한 온라인 콘텐츠의 주된 소비층인 젊은 세대 (GEN Z, GEN Alpha)가 SNS에서 이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겁니다. 과도한 디지털 소비에 대한 일종의 자조적 태도를 보여주는 거랄까요? 그런 점에서 옥스퍼드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단어 '뇌 썩음'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탄생한 트렌드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1. 끊임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로 인한 정보 과부하
2.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중심이 되는 젊은 세대의 비판적 사고와 유머 감각
3. 온라인에서 시작된 유행어가 문화적, 철학적 담론으로 이어짐
'뇌 썩음' 유발하는 자극적 온라인 콘텐츠 소비, 해외의 대처는?
'뇌 썩음'과 관련해, 해외 각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소셜 미디어 상의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중독 수준'으로 소비함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상원 의회는 지난 7월 만 17세 미만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주의 의무를 부여하고 유해 콘텐츠의 자동 무한 재생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과 어린이 및 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2.0)을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아예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원천 금지하기로 했는데요. 호주 상원은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틱톡과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레딧, 엑스 등 SNS에 계정을 만들 경우 해당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34대 반대 19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정책은 내년 1월 도입기를 거쳐 내년 말부터 본격 시행되며, 당국의 점검 결과 조치가 불충분하다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하네요. (유튜브와 왓츠앱은 교육 등 창작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에서 제외)
그외에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호주와 비슷한 SNS 차단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며
2024년을 대표하는 단어 '뇌 썩음'은 현대인의 디지털 생활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이 단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콘텐츠가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온라인 콘텐츠는 창의성과 정보를 공유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소비는 우리의 사고를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뇌 썩음'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딜레마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건강한 디지털 사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디지털 습관을 개선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디지털 하루는 과연 '뇌 썩음'에서 자유로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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